2020 서울 카페쇼


어떤 행사든 다 그렇겠지만, 기반지식이 얼마나 건실하게 갖춰졌는지에 따라 누릴 수 있는 폭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게임/애니메이션 2차창작 행사가 서브컬처 메인스트림을 얼마나 잘 알고있는가에 따라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놀 수 있는지, 아니면 멀뚱히 쳐다보게만 되는지 갈리는 것 처럼 말이다. 물론 올해의 나는 다시한번 지식의 얕음을 뼈저리게 체감했다.
그럼에도 이와 상반되게, 지금까지 카페 쇼 중 가장 알차게 누릴 수 있었던 행사가 올해였던것은 분명한 것 같다. 부스 총량 자체가 줄어들긴 했지만 알짜배기 업체는 대부분 전시를 진행하고 있었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부스간 도보폭이 넓어져 이동과정에서 피로감을 적게 느꼈단 점이 유효하지 않았을지. 게다가 올해는 차쪽으로 조예가 깊으신 친구분과 동행했는데, 행사를 살펴보는 순서에서부터 차 상품에 이르는 세세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많은 조언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니, 올해 카페쇼 관람이 더욱 풍성했던건 친구분 덕이 매우 컸음이 분명하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감사의 말을 올린다.


코로나 19의 장기화에 무너진 상흔은 카페쇼에서도 여과없이 드러났다. 당장 부스 총량과 참관객 밀집도가 낮아졌다는 양적 차이도 컸지만, 올해의 트렌드라 할만한 새로운 무언가가 돋보이질 않았기 때문일지도. 국제교역이 정체되면서 해외 브랜드쪽은 거의 전멸수준이었는데, 캐롭 초콜릿 부스 정도라도 건질 수 있어서 다행이라 느낄 수 있을 정도였으니. 올해 카페/차 시장을 망라하면서 그 다음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카페쇼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 생각하는데, 발목 잡힌채 앞으로 나아갈 길이 뚝 끊겼단 인상이었다. 시음/시식도 많이했고, 받을것도 그럭저럭 받았지만, 그럼에도 '그 다음'이 또렷히 보이지 않는다는 갑갑함이 안타까울 뿐이다.
올해부터는 카페쇼가 열리는 요일이 기존의 목,금,토,일 에서 수,목,금,토로 바뀐다고 한다. 비단 코로나 19 요인 하나로 인한 스케쥴 변경은 아닌듯 하고 여러 사정이 겹쳐진게 아닌가 싶어뵈는데, 내년에는 상황이 더 나아지길 바라는수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