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ceDanceRevolution A / 20th Anniversary Non Stop Mix Mixed by DJ KOO
(2019.4.4 작성본 옮김)
DDR A 가동 3년을 앞둔 2019년 3월 20일에 발매된 사운드트랙. 본래 왼쪽의 DanceDanceRevolution A의 사운드트랙만이 발매될 예정이라 사전에 알려졌으나, DDR 20주년 기획의 일환으로서 논스톱 믹스 디스크가 발매될 예정이란 소식이 향후에 공개되었다. 어찌되었든간 나는 리듬게임에 많은 빚을 졌던 사람이고, DDR시리즈는 아직까지도 애정이 남아있는 상태이기도 해서, 음반 구매를 결정하는데엔 오랜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우선 DDR A부터. 2016년 3월 30일에 가동을 시작한 작품이 아직까지도 현역으로 돌아가고 있단 사실은 여러모로 놀라울 수 밖에 없다. (A20이 나오긴 했지만, 현재로선 신규기계 전용으로만 가동중이다.) 지금으로부터 3년 동안 타 BEMANI시리즈들이 어떤 과정을 밟아왔는가를 생각하면 놀라움은 배가 되는데, 당장 BEMANI 인기톱을 자랑하는 사운드 볼텍스는 3에서 4를 거쳐 5로 탈바꿈하였고, 기타도라는 한술 더 떠서 세 번의 버전업이 진행되었으니 말이다. 유럽/북미지역 시장확대에 집중하면서 신작개발을 할 여유가 없었을거란 추측도 들지만 어찌되었든간 볼멘소리가 나올요소였음에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큰 잡음없이 3년동안 시리즈가 유지 될 수 있었던건 그 만큼 유저의 충성심 또한 높았기 때문은 아니었을지.
아무튼 시리즈 3년 동안의 악곡을 디스크 2장으로 마토메 한 것 만으로도 최소한의 값어치는 달성했다고 여기고 있다. 전작 사운드트랙이 디지털 음원 전용으로만 나왔었던걸 생각해보면 더더욱. DDR A에 제공되었던 오리지널 악곡은 적었지만, 그럼에도 전반적인 퀄리티는 무난을 넘어 우수하다 할 수 있었던 것이었니. 자신이 듣고 싶은 곡을 언제든 찾아서 들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었다는 것 만으로도 합격점을 넘어선데다가, 오락실 현장에선 놓치기 쉬운 세세한 음까지 조용한 방 안에서 세세하게 감상하며 들을 수 있단 점은 충분한 강점이 될 수 밖에 없다.
아쉬운점은 역시 약간은 빈약하게 느껴지는 분량과 부클릿. DDR A에는 오리지널 악곡 이외에도 타 BEMANI 게임으로부터의 악곡도 게임화하여 실렸었는데, 이러한 악곡들의 태반이 수록되지 못한것은 여러모로 아쉽다. 특히 U1-Asami의 곡 Illegal Function Call은 DDR에 더할나위없이 어울리는 악곡이었고, 최소한 이 곡만큼은 누락되지 않았음 싶었는데.
듬성듬성 잘려나간건 판권곡 마찬가지인지라, 북미지역 진출과 동시에 수록된 팝송 곡 전체, 몇몇 애니송 등이 수록되지 못했다. 그 와중에 동방프로젝트와 보카로, 우타이테곡은 꽉꽉 눌러담은거 보면, 역시 돈 문제가 컸을거란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 없는 수순같다.
부클릿은 트랙리스트, 가사가 붙은 악곡들의 가사가 전부 충실하게 들어있는 적당한 사양의 물건이긴 하나, 코나미 사원의 대외적 활동 전면금지 정책의 영향을 받았는지 악곡에 대한 코멘터리가 일절 적혀있지 않았다. 곡이 탄생되게 된 경위와 과정을 읽으며 악곡탄생의 새로운 면모를 알 수 있는 점 또한 라이너노트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이었는데.
어찌되었든간 DDR A OST는 수록될 곡들이 나빴던건 아니었으니까 평균점수 이상은 달성할것이라 생각했고… 문제는 기대 반 우려 반으로 구매했던 DDR 20주년 기념 논스톱 믹스 음반. DDR 20년 역사의 대표곡들을 모아서, 일본의 유명 디제이인 DJ KOO의 믹싱을 거친 후 한 장의 디스크로 제작된 음반이긴 한데… DJ KOO 선생이 유명 DJ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게임음악을 담당했었던 뮤지션은 아닐뿐더러, 자신이 직접 작곡했던 곡이 아니기에 손 댈 수 있는 범위 또한 상당히 좁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댄스매니아 피처링이 붙었던 시절의 퀄리티까진 바라진 않았고, 최소한 DDR 슈퍼노바 사운드 트랙의 논스톱 리믹스보단 나을것이란 기대(혹은 희망사항) 비슷한게 있었는데. 정말 딱 그 정도만 이뤄주었다.
논스톱 음반이라 함은 곡과 곡이 끊김없이 이어지는 것 또한 중요하지만 단순히 이어붙이기 만으론 자연스러운 결과값을 얻을 순 없다. 일단 각 곡마다의 분위기가 다르고, 템포가 다르고, 조성이 다르니까. 과거 댄스매니아 피처링이 붙었던 시절의 논스톱 리믹스의 경우를 들면, 보다 자연스러운 이음새를 위해 음악의 전개를 변주하거나, 경우에 따라선 적절하게 매쉬업 함으로서, 동일한 악곡을 색다르게 감상할 여지가 충분히 있었는데, 본 음반에선 그런 감상을 느낄 부분이 그다지 많지 않았단게 문제다. 굳이 비유하자면 알록달록 색종이를 스카치테이프로 이어붙인 느낌? 아 스카치테이프는 좀 화려하긴 했지만 말이다. 가장 궁금했던 최후반의 A4A-ENDYMION-EZ DO DANCE는 그냥 원곡을 세번 연속으로 이어붙인 모양새가 너무나도 당연한듯이 나와서 허탈해지긴 했다. 최소한의 매쉬업은 있을거라 기대했던 내가 잘못했던걸까.
어찌되었든간 논스톱 믹스란 요건은 맞췄으니 아무래도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DDR 20주년 음반으로서 기획되어 유명 DJ에게 오퍼를 넣은 결과가, 음악틀어놓고 징검다리 놓으면서 아임디제쿠 멘트 뿌려주는 정도에 그쳤다고 하면, 허탈감이 넘치는 것 또한 당연하지 않을까? DJ는 음악틀어놓고 뒤에서 춤추는 사람은 아니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