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기모토 선생의 공연을 끝으로 낮타임은 끝났고, 좋은 음악을 만끽했다는 만족감도 한가득 채웠다. 늦은 오후시간은 행복과 허기가 한번에 몰려오는 절묘한 타이밍이었고, 우리는 밥을 먹어야겠단 일념으로 동굴에서 기어나오듯 Hearts Next의 계단을 거슬러 올라갔다.
사실 이번 공연은 나와 애인님 외에도, 기타팝을 보러 한국에서 여행온 친구분과, 일본 현지분과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있었다. 한국인 세 명과 일본인 한 분, 총 네 명은 한자리에 모여 인사를 나누었고,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며 거리에 나섰다. 기울어진 해가 만들어낸 빌딩숲 그늘 사이를 헤메다, 오츠카역과 인접한 데니스라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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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y's · 일본 Tokyo, Toshima City, Kitaotsuka, 1 Chome−16−5 3階
3.8 ⭐ · 패밀리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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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패밀리레스토랑에 가볼일이 그다지 없었다. 한국에서는 비싼데 돈값 못하는 곳이란 선입견때문에 거의 논외였고, 일본여행 중에도 회전초밥집이나 요시노야는 많이 갔었지만서도. 나에게 있어서 패밀리레스토랑이란 키워드는, 기타도라 옛 라이센스곡 '화미레스 봄바'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지만, 요즘 서브컬처 마니아 기준으로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자'를 떠올릴 사람이 더 많을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일행도 그 만화를 언급하면서, 와야마 야마님의 센스는 정말 대단한 같단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정작 돌이켜보니 데니스에서 사진을 거의 못찍었지만... 데니스에서의 식사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의 음식을 나눠먹는 훈훈한 자리였다. 세 명 다 일본어 실력이 N2 수준이라 세 명이서 일본인 1인분 노릇을 하겠다는 일행 Y님의 선언으로 시작한 국제교류회는, P님께서도 최대한 우리를 배려하며 어휘선택을 잘 해주신 덕분인지 큰 막힘없이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었다. P님께는 다시한번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는 낮공연, 그리고 팝픈뮤직에 관한 이야기 등을 나누며, 소소한 선물 교환식도 마련하였다. 나는 팝픈뮤직을 BEMANI 브랜드의 음악게임의 한 갈래로서 인식하는 경향이 커서 캐릭터 게임으로서의 인상은 짙진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많은 팝퍼들이 음악과 캐릭터에 영향을 받아 또 다른 세상을 그려나가는 모습을 건너건너 바라보곤 했고, 나 또한 두루두루 둘러보며 소소한 즐거움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P님께서는, 그 분만의 뚜렷한 색채로 팝픈뮤직의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헤쳐나가는, 그런 인상이 드는 멋진 작품을 그리는 분이셨다. 그 분에게서 손그림을 받을 수 있었음은 참으로 영광이었다.

저녁 5:30분 밖에 안되었는데도 하늘이 벌써 껌껌해졌다. 도쿄의 늦가을은 해가 빨리 기울어서, 5시의 차임벨이 울리면 집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어린아이의 심정이 더욱 절절하게 느껴졌다. 정작 나는 어린아이를 벗어난지 오래고, 밤에도 빛을 발하는 도시의 불빛은 24시간 광합성을 강요받는 식물원의 식물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밤공연 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있어서, 카페에 머물러보기로 했다. 이곳 저곳을 찾다가 최종적으로 OMO5 호텔건물에 위치한 Omo cafe에서 머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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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O Cafe · 일본 Tokyo, Toshima City, Kitaotsuka, 2 Chome−26−1 星野リゾート OMO5東京大塚 4F
4.0 ⭐ ·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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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호텔의 라운지를 겸하는 장소인만큼 체크인 수속을 밟는 투숙객들의 모습을 몇몇 볼 수 있었고, 우리는 앉을 곳을 찾아보았다. 다행히도 생각보다 넓은 공간에 좌석도 넉넉하게 있었고,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이었기에 우리같은 INFP 4인방(추정)으로서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공간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카페라떼를 마시며 팝픈뮤직과 음악, 그리고 조금 뒤에 있을 밤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잔뜩 품은 이야기를 도란도란.


다시 공연장으로 돌아와서, 밤의 공연에 앞서 물판 구경도 슬쩍 하였다. 자본력만 충분했다면 앞뒤 안가리고 다 샀을텐데... 두세장 정도밖에 못사긴 했지만 이렇게 찍어둔 사진을 보니 갖지 못해서 아쉬운 품목도 몇몇 보인다. 라운드테이블의 음반이라던지.

언제까지나 음악이 넘쳐흐를 것 같았던 공연장은 음악이 흩어지고 불빛만 깜박이고 있었다. 그래도 이 공연에서의 추억이 여기서 끝나지 않고, 언제라도 다시 찾아오라는,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듯한 느낌이 드는 밤이었다.
음악이 넘쳐나서 정말 멋진 밤이었는데, 끝났구나 라는 허탈한 마음과 함께 허기와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거의 낮 11시부터 내내 서있다 시피 했으니까... 모두가 '다리가 아파요' 라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정말 즐거웠어요'라고 활짝 웃었다. 이 즐거움을 조금 더 나누기 위한 마지막 자리는 히다카야로 정해졌다. (사실 이 시간대에 열려있는 매장이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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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akaya · 2 Chome-2-13-202 Kitaotsuka, Toshima City, Tokyo, 일본
3.4 ⭐ · 중국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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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착석하자마자 나를 반겨준것은, 치게 라멘이었다. 일본의 중화요리 프랜차이즈에서 한국의 찌개의 맛이 듬뿍담긴 라멘을 먹을 수 있다니. 역시 글로벌시대는 대단하다. 개인적으론 일본에서의 한식 어레인지가 어떤 방식으로 되어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주저앉고 저 메뉴를 바로 주문했다.

애인님은 전분소스 앙카케가 얹어진 중화덮밥으로 주문. 밥 위의 볶은 채소와 약간의 고기가 들어가진, 짭쪼름한 덮밥메뉴이다.

Y님과 P님은 레바니라 볶음 정식을 주문. 히다카야의 인기 메뉴 중 하나로, 돼지간에 마늘과 부추를 같이 볶아서, 굴소스로 마무리한 요리라고 한다. 저렴하면서도 밸런스 있는 구성으로 내장요리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란 인상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찌게 라멘은.... 낯선맛이 날거란 예상과는 다르게 꽤나 친숙하게 먹을 수 있었다. 김치찌개에는 계란을 풀어넣지 않는 편이어서 조금 낯설긴 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한국의 김치찌개의 얼큰함을 재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확실히 느껴졌다고 해야할까. 한국에 시판되는 음식의 맛으로 비교하면, 홍콩반점의 짬뽕과 흡사한 맛이 났던 것 같다. 마침 면 굵기도 중화면을 사용해서 면을 씹는 식감도 비슷했고.
한국도 20년 전 즘에는 일본식 요리의 재현도와 퀄리티가 균일하지 못했다가 점점 우상향된 만큼, 일본에서도 한국요리의 재현도가 부쩍 올라갔단 생각이 들었다.

히다카야. 2023년에 디디알 더블 10단 따고나서 기분좋은 야식을 사먹은 곳이기도 하고, M3 행사 직후에 맛난 점심을 먹었던 매장. 거기에 기타팝 국제교류회라는 추억이 하나 더 얹어진, 소중한 장소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모임을 파하기 전, P님께서 '기념으로 사진 한 장 찍을래요?'라고 이야기 해주셔서, 우리 넷은 히다카야 건물을 등지고 셀카 사진을 찍었다. 분명 P님에게 있어서도 이번 기타팝 공연과 모임이 일상을 살아가는 적지 않는 힘이 되었을 것이고, 혹여나 한국에 찾아오신다면, 일본에서 나누었던 즐거움 그 이상을 다시한번 함께 누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YGGd2NKw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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