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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로니카4

callasoiled - EMTE 돌이켜보면 callasoiled의 음악은 그의 방식으로 묘사된 심상과 주제의식이 상당히 뚜렷한 편이었으니, 흔히 말하는 '주류'에는 속할 수 없는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나는 무척이나 좋아하긴 했지만.) 애시당초 数​の​民​族 부터가 '배제된 존재'에 관한 이야기였고, 뒤를 이어 연달아 나온 음반은 대놓고 멸망을 다룬 Apocalypse 였으니까. 하츠네 미쿠 관련 행사 Digital Stars 2024 디제잉믹스셋을 기반으로 한 初​音​ミ​ク​の​グ​ル​ー​ヴ 정도가 그나마 대중성을 지닌 편이었지만, 이마저도 하츠네 미쿠를 분해해서 그의 방식대로 조립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음반의 제목과 테마가 담긴 티저영상을 보았을 때, 역설적으로 꽤나 기대했던 것 같다. 이미.. 2024. 11. 24.
[2023 도쿄여행기] (10) 음악과 교류의 현장, M3 행사에 방문하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일본에서 진행하는 음악 관련 행사, M3에 참관객으로서 찾아가는 것이었다. 3박 4일이라는 여행의 반나절 가량에 불과한, 그러나 '남들이 잘 듣지 않는 음악'을 찾아서 들어왔던 나의 마이너 여정에 있어선 중요한 궤적이자 소중한 경험이었다. 반년이 훨씬 넘은 지금에서 그 감동을 온전히 글로 옮기는 것은 쉬운일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애써 발자취를 기록해보려 한다.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준 아티스트분과의 교류를 기억하고, 내가 좋아했던 것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오전 7시즈음 눈을 뜨고 빠르게 호텔 조식을 섭취한 뒤 긴시초역으로 향하는 길에 바라본 하늘은 흐리멍텅했다. 행사 자체는 실내에서 진행되지만, 입장까지는 밖에서 대기해야했으니 습기를 머금은듯한 공기에 살짝 걱정도 되었.. 2024. 8. 4.
数の民族 - 수렴 할 수 없는 존재의 울분을 차곡차곡 담아낸 음악 callasoiled의 「수의 민족」은 토속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증오의 덩어리가 잘근잘근 씹히는 이중적인 맛의 음반이었다. 같은 문화와 언어, 혈통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부외자로 밀려나버린 마음의 분노를 부각시키기 위한 방법론으로서 ‘민속음악’이라는 양식을 빌렸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민속음악'이라는 양식을 빌린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이질적인 악곡, 「악습」으로 음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결코 호감에 다다를 수 없는 상대를 향해 거절을 건넨다는, 보카로를 사용한 애니메이션 오프닝풍의 이별노래는 어울리지 않는 것 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그럼에도 「악습」이 음반의 시작점이자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건, 거절에서 비롯된 배척이 시작되었음을 읊어주었기 때문이다. 배제된 자의 화려한 여정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듯.. 2024. 1. 12.
callasoiled - 사고표본(思考標本) 인간은 사고라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으나, 신은 그 힘을 남용할 것을 우려하여 인류의 육체를 연약하게 했고, 사고의 결집을 이따금 흐트려 놓았다. 예술가가 존경받는 이유는, 바람불고 햇살 따듯하면 흐트러지기 쉬운 ‘생각’을 뚝심있게 표현해낸 존재이기 때문이다. callasoiled선생의 작품은 음악이란 형태로 정교하게 세워진 그의 세계란 생각을 강하게 받았고, 이 점은 타인에게 그의 음악을 쉽사리 권할 수 없었던 장벽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지나치게 헤비하지도 가볍지도 않으면서 그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사고표본(思考標本)」의 존재가 반갑게 느껴졌다. 해당 원반은 잠에서 깨어나 꿈에서 보았던 흐릿한 무언가에 초점을 맞추는 과정을 거쳐(影) 다시 사고가 일시정지(信号)하고 꿈(子守唄)이라 일컫는 잠재의식으.. 2021. 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