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날 국립중앙박물관의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햇살은 따뜻했으며, 평온한 분위기였다. 이 편안함을 온전히 누려도 괜찮은지 스스로 의구심이 들었을 정도로.

2025년은 보다 문화생활을 영위하기로 마음먹었고, 이를 실천으로 옮기기 위한 첫 발걸음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정한것은 애인님의 제안에서 비롯되었다. 에곤실레의 그림을 분명 마음에 들어할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어느 시절이든, 예술가는 그 시대를 뛰어넘고자 노력했을 것이고, 19세기에서 20세기로 향하는 격변기를 살아왔던 예술가 또한 시대 너머로 나아가고자 했던 의지가 가득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남긴 발자취는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시대를 거슬러 오르는 짧은 발걸음을 딛어보았다.


본 전시는 비엔나의 다양한 예술가와 예술작품을 다루고 있지만, 나에게 있어 가장 인상깊었던 아티스트는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였다. 입구에 들어선 순간, 국립극장의 계단 벽화를 위한 습작으로서 그려진 디오니소스 제단이 존재감을 과시하듯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주목받고 있었다. 클림트를 비롯한 비엔나의 아티스트들은, 19세기와 20세기라는 시대속에서 살아가면서, 그 시대를 타파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과 맞서고, 다퉈야했을지.





예술품이 실생활에 녹아있는 현재로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었지만, 당시에만 해도 예술과 공산품의 영역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었던 듯 하다. 콜로만 모저와 요제프 호프만에 의해 1903년에 설립된 비엔나 디자인 공방에서의 수 많은 집기들은, 그 경계를 허물고 예술을 대중에게 전파하기 위한 멋진 노력의 결과물인 셈인데, 만듦새나 디자인이 지금 보아도 전혀 뒤쳐짐 없이 세련되어보였다.


가장 기대하면서도 궁금했던 에곤실레의 작품들을 보면서, 에곤실레야말로 이 전시회의 모든 아티스트 중 자기에고가 강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불우한 가정사로 인해 내면의 어둠과 고통을 감내해야했던, 그렇기에 예술작품으로서 거친면면을 어김없이 투영하고자 했던 그의 작품에는, 한계를 뛰어넘고자 했던 그 만의 뜨거운 갈망이 느껴질 정도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당시 유행했던 스페인독감에 의해 이른 나이에 목숨을 잃었고, 시대를 뛰어넘고자 했던 그가 시대에 의해 빛이 꺼졌단 사실에 허망함이 느껴졌던 것 같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왕성한 활동을 했던 그들은 떠나갔고, 그들의 흔적위로 새로운 것들이 덧붙여지면서, 그들의 작품은 우리와는 다소 멀어진듯한 고전이 된 것만 같다.
그럼에도 비엔나 1900 전시는, 단순히 예술품을 보여줄 뿐만이 아닌, 당시의 예술가들은 무엇을 추구하였고 그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어떠한 발자취를 남겼는가를 되짚어 볼 수 있었고,
현재를 살아가고, 현재라는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많은 이들에게 적잖은 동기부여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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