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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전시공연

WHITE PALETTE from #ffffff Records 관람

by offscape 2025. 1. 26.


2020년 1월 5일, 롤링홀에서 열렸던 디제잉 이벤트 「CROSSING DELTA」는 일본의 음악게임 아티스트를 직접 눈 앞에서 마주하고, 그들이 만든 악곡에 맞춰 흥을 겨울 수 있었던 멋진 행사였다. 여흥을 간신히 가라앉히며 이런 멋진 기회가 다시 찾아오길 바랐었는데, 그 다음 기회까지 5년이란 시간이 걸릴 줄은 꿈에도 몰랐지.
5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나는 음악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에선 점점 멀어진 게으른 리스너가 되어버렸고, 아티스트들이 여러 음악게임에 제공한 악곡들의 태반을 모르고 지나치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였을까. 5년 전 그 때만큼 현장을 즐겁게 누릴 수 있을지, 조금은 망설였던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롤링홀로 이어진 현관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서서히 딛고 내려가며 서서히 울려퍼지는 고동을 느끼며, 나의 마음은 점점 고조되어 갔다. 다시 이 곳에, 음악이 흐르는 곳에 발을 딛었다는 기쁨과 함께.

DAY 1 첫 번째 공연을 멋지게 시작한 aran 선생
DJ가 교체되는 인터미션마다 멋진 소개영상을 틀어주었다.
DJ Noriken 선생의 공연. 하드코어 악곡이 주류를 이루었다.

크로싱 델타 이후 5년만에 다시 뵌 Hommarju 선생.
모바일 음악게임 「Arcaea」 등에 악곡을 제공해준 Laur선생.
마찬가지로 크로싱델타 이후 5년만에 다시 뵌 Kors k선생
공연은 이런 느낌으로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다.

DAY 1 공연 때 보았던 다섯분의 공연에 간략한 감상을 남기면

- aran
최초로 내한공연을 하는 아티스트였던 만큼 나와 애인님 모두 가장 큰 기대를 했었고 그 기대만큼의 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루코스의 VOLT를 비롯해서 WACCA나 beatmania IIDX 등에 제공한 악곡들 모두가 정갈하면서도 세련된 멋이 있단 감상이었는데, 디제잉 이벤트의 스타트로서 적합한 배치였단 생각도 들었다. WACCA를 좀 더 많이 해봤다면 그의 음악을 더욱 즐겁게 들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지만… 공연을 마치고 나서 사인을 받았던 아티스트 중 한 분이었는데, 손하트 사진도 (순간 따봉으로 바꾸는 장난기를 부리며) 흔쾌히 응해주셨고, VOLT때부터 팬이었다고 이야기하니 기뻐하시던 모습에 나도 흐뭇해졌다. 개인적으론 이 분의 공연을 본 것 만으로도 화이트 팔레트에서의 목적의 반 이상은 이룬거나 다름이 없을 정도.

- DJ Noriken
DDR A20에 실렸던 Discrict of the Shadow는 꽤나 마음에 들었었는데, 사실 그 이외의 곡의 배경지식이 너무나도 없어서 공연을 온전히 누리기 어려웠던 분. 사실 아란님 공연 시작 때부터 너무 많은 힘을 소진하기도 했고 나머지 공연도 들어야했으니 휴식에 할애한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전반적으로 들었을 땐 하드코어 타노시의 주류에 가까운 분이란 인상은 있고 그 점이 크나큰 매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들었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나는 하드코어 타노시 레이블의 악곡을 즐기기엔 너무 낡아버렸다.)

- Hommarju
나에게 있어 첫 공연이었던 크로싱델타때는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어서 기대값이 거의 없다시피 했었는데, 온 몸을 불사른 그의 디제잉에 기대 이상의 엄청난 만족을 받았던 기억은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열과 성을 다해서 멋진 연주를 보여주었는데, 이번 화이트팔레트 공연중에서 제일 많은 땀을 흘리신 분이 아닐까 싶어질 정도. 플레이셋 자체는 크로싱델타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은 인상이지만, 공연 마지막에 틀어준 20,November(Hommarju Remix)-Thank You 믹싱은 알면서 당하는 클리셰처럼 감동할 수 밖에 없었다.

- Laur
SDVX나 Arcaea등에 작곡한 보스곡들 덕에 젊은 리듬게이머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얻는 아티스트란 인상이 있었고, 그 이유로 해서 오히려 나에겐 그다지 감흥이 없었던 아티스트. 그런데 실제로 믹스셋을 들어보니 단순히 빠른 BPM과 음압높은 신스만 밀어붙이는 것이 아닌, 에스닉한 면모가 담긴 악곡들도 중간중간 끼워넣어줌으로서 꽤나 밸런스 있는 공연이란 인상을 남겨주었다. 체력이슈 등으로 인해 공연을 온전히 누리기 어려웠던게 아쉬울 따름. 그래도 향후에라도 그의 디스코그라피를 둘러봐야겠단 계기가 생겼으니 이는 나름의 성취인듯 하다.

-Kors k
사실, 작년 9월 즘 같은 롤링홀에서 열렸던 테트라포트때 코스케 선생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여러 사정이 겹쳐 공연을 직접 보러가지는 못했었다. 어쩌다보니 이동동선이 겹쳐서 공연장 밖에 팬서비스를 해주는 모습만 멀찍이서 찍을 수 밖에 없었는데, 공연장에서 당당하게 마주할 수 있게 되었음에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플레이셋은 2010년대 음악게이머들을 위한 향수를 은은하게 자극하면서 그 만의 스타일의 악곡을 많이 틀어주었는데, 다른 아티스트분의 공연에 비해 아는 악곡이 많은 편이어서 훨씬 흥겹게 온 몸을 불사를 수 있었다. aran 선생과 더불어 사인을 받았던 아티스트 중 한분으로, 당시 내가 입고 있던 크로싱델타 티셔츠를 알아보고 무척 반가워해주셨다. 5년 전 이 곳에 있었고 다시 만나뵈서 반갑다고 하니 코스케선생도 무척 감사하다고 해주셨다. 마지막 인사로 다음에 또 만나러 오겠다고 해주셨는데, 어떠한 형태로든 다시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

현장에서 구매한 티셔츠, CD, 그리고 사인이 담긴 티켓


다음에 이런 무대에서 아티스트와 교류하며 음악을 누릴 순간은 또 언제 찾아올까? 그 때 까지 나는 얼마나 많은 음악을 듣고 얼마나 많은 감상을 마음에 새길까?
음악에서 빚어낸 고동을 추억으로 새길 날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어떠한 형태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