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멍멍이 별로 떠나서 없는 홍차의 모습이 1월의 사진. 시간이 머무는 홍차는 따뜻하게 머무르며 향 그윽한 홍차를 마실 수 있는 좋은 곳이었고, 멍멍이 홍차는 손님은 반겨주고 악운은 쫓아내기 위한 것 처럼 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주인분 내외가 가게로 들어오니 꼬리를 엄청 흔들며 반갑게 맞이해주는 모습이 참 영특하면서도 마음이 짠해졌었는데, 그때 보았던 홍차의 모습이 마지막이 될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이제는 우릴 반갑게 맞이해준 멍멍이 홍차는 없겠지만, 홍차와 가게를 아껴준 많은 이들의 온기가 그 터전을 쭉 지켜주길 바랄뿐이다.
그 여름은 최은영 작가님의 소설 중 감명깊게 읽었던 작품으로, 사랑의 시작과 끝을 섬세하면서도 담담히 읊는듯한 묘사가 도리어 애달펐던 기억이 난다. 애니메이션은 웰메이드라고 하기에는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그럼에도 원작 소설에서 전하고자 했던 감정선을 최대한 담아내고자 한 흔적이 물씬 느껴졌다. 애인님도 내가 이 작품을 꽤나 감명깊게 보았다는것을 알았는지, 집에 찾아올때 선물로 전해주었다.
작년 여름, 압구정 CGV에서 이 영화를 보고 감상을 써야겠다고 생각은 해놓고선, 벌써 한 번의 여름이 다시 지나간 뒤 겨울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 어떤 작품은 감상이 너무나도 넘쳐서 어디서부터 말을 얹어야할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 이 작품이 바로 그런 것 같다.
3월에는 꽤나 중대한 기념일이 있었고, 서로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한껏 차려입고 만났다. 백화점에서 쇼핑도 하고, 고급 식당에서 나름 비싼 요리도 먹었지만, 데이트 중간에 들른 셀프사진관에서 멋진 사진을 잔뜩 남겼던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하루였다. 저 날 멋좀 부린다고 양복도 입고 페도라도 썼는데 뽐내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4월은 거의 4년만에 부산에 가보았다. 애인님과 2박 3일동안 남해바다도 구경하고, 부산의 맛집도 여기저기 돌아본 즐거운 나날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부산에 갔다온 이야기도 여행기 형태로 남겨볼 생각이긴 하다.
5월 첫째 주말을 앞둔 금요일 밤, 새벽 6시 유일하게 하나 남아있던 버스좌석을 정말 충동적으로 대전행을 결심했다.
원래는 혼자 돌아다니다가 막차 타고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마침 친구들도 대전에 놀러 내려온 상태라고 들어서 어쩌다보니 재회를 했다. 덕분에 대전의 훌륭한 바에서 분위기 맘껏 내며 칵테일도 이것저것 마셔보고, 혼자서라면 갈 수 없었던 대전의 맛집도 여럿 들를 수 있었다. 우연히라도 여행지에서 같이 합석하자고 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흔쾌히 불러준 친구들에게 너무나도 고마울 따름이다.
애인님과의 3주년을 맞이하여, 모처럼 시간을 내어 시흥 서해바다에 가보았다. 1월 즘인가, 세이지 타카하시 선생이 테마곡을 작성해준 I.TARU 시계의 티저영상이 정말 인상깊었는데, 애인님이 그걸 기억해주고 영상으로만 보던 시계를 직접 선물해줘서 정말 정말 기뻤다. 귀한 시계이다보니 평소에는 애플워치를 좀 더 자주 착용하는 편이지만, 중요한 행사가 있거나 데이트 할때는 이 시계를 찰 정도로 너무나도 예쁘고 영롱한 시계란 생각을 한다.
작은 스튜디오에서 적은 관객이 바라봐주는, 그렇기에 관객과 아티스트가 더욱 밀접하여 공명할 수 있었던 소중한 소극장 공연. 소탈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듯한 에몬님의 노랫말을 듣다보면 마음이 푸근해졌고, 힘든 와중에도 음악을 놓지 않고 노래를 외치는 모습에 참 많은 감명을 받았던 하루였다. 원래 에몬님께선 이 공연을 끝으로 당분간 음악을 내려놓을까 생각도 하셨던 것 같은데, 이 공연덕분에 음악을 이어가겠단 희망을 다시 품게 되신것 같아 참으로 다행이었다.
8월은 (비교적) 장기 휴가를 눈치 덜보고 갈 수 있는 때여서, 애인님과 강릉과 동해를 느긋하게 여행해보기로 했다. 4월 부산여행때 2박 3일은 생각보다 빠듯했던지라 넉넉하게 3박 4일 자차여행으로 계획하였는데, 덕분에 여유로우면서도 이동에 제약없이 여러 장소를 마음놓고 구경할 수 있었던, 정말 즐겁고 알찬 여행을 하였다.
생각해보니 2024년에는 남해도 보고 서해도 갔는데 8월에는 동해까지 구경했다. 다음에는 역시 북해(北海)를 가야겠지 암암(아무말)
나에게 있어서 추석은 가족행사라는 형태로 이런저런 일들에 얽혀야 하는 번잡스러운 나날이긴 하다. 그래도 간만에 친척들과 만나서 그간 있었던 소식을 교류하고, 맛난 음식도 나눠먹는 소중한 나날이기도 하고. 이번 추석에는 동생이 키우는 멍무 꿈콩이가 한복을 입고 가족 친척들의 예쁜사랑을 받았고, 그걸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지금까지의 명절보다 만족스러운 나날이었다.
Room306 공연을 보고나서 다음에 또 아이다호에서 공연을 보고 싶다는 생각만 막연하게 갖고 있었는데, 너무나도 안타깝게도 올해 10월을 마지막으로 아이다호가 폐업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아티스트와 좀 더 가까이서 음악과 하나될 수 있는 소중한 공연장을 기억하고자, 10월 마지막 일요일에 아이다호를 찾아갔다. 일전에 애인님이 나에게 선물로 주었던 「SISYPHUS HAPPY」음반의 아티스트, 피아노슈게이저님의 공연을 보며, 세상의 온갖 소음에서도 꾸준히 나의 목소리를 외치는 의지를 물씬 느꼈던 것 같다.
가을이 생각보다 늦게 지나간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오늘 이렇게 갑자기 겨울의 풍경이 찾아올줄은 몰랐다.
노랗고 빨갛던 풍경이 한 순간에 하얗게 변해버린 아침풍경을 바라보며, 시간의 흐름이 너무나도 허망하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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