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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이야기

DDR WORLD SINGLE CLASS WORLD까지의 여정

by offscape 2024. 9. 29.

2024.08.04. 새벽 1시 경 달성

 
0. 돈 많이 넣고 열심히 했다 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길게 늘어뜨릴 글을 읽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럼에도 숫자로 기록된 것을 성취로서 가꾸는 건 온전히 나의 몫이고, 지금도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딫치며 도전하고 있을 플레이어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라며.

1. 2024년 6월 12일, DDR시리즈의 신작인 DDR WORLD를 처음으로 마주한 인상은 참 복잡미묘했다. 기존 DDR A부터 이어져온 틀을 깨고 쇄신하려고 했던 많은 흔적들이 좋은 인상으로 남았음과 동시에, 너저분한 UI/UX와 지나치게 간소화된 플레이 화면은 아쉬웠으니. 그럼에도 이번 작품을 생각보다 열심히 붙잡았던건, 새로운 추가 기능 중 하나인 「플레어 스킬」 시스템이 적잖에 동기부여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2. DDR/PUMP 붐이 한창 불던 1999년 이래로 꾸준하게 플레이 해왔으니 플레이 경력은 25년이나 되었지만, 쌓인 연차에 비해 (스스로 생각하기에)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단계까지는 다다르지 못했다는 자조감을 끌어안으며 35살이 되었다. 이 게임은 특히나 체력으로 얼마나 받쳐줄 수 있는가에 따라 도달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질 수 밖에 없고, 늘어나는 연령만큼 심리가 위축되어가는걸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알고 싶었다. 내가 어디에 머물러있고 어디까지 뻗어갈 수 있는지.
 

플레어스킬 획득량 계산표. 출저) BEMANIWIKI

 
3. 이 게임에서 스킬포인트로 계산되는 악곡수는, 「CLASSIC」 「WHITE」 「GOLD」 카테고리별 각 30곡씩 하여 총 90곡. 최종 목표인 WORLD랭크에 도달하기 위해선 총 90,000 포인트 획득이 필요하다. 고난이도 처리력과 판정 모두가 월등한 사람은 18/19레벨을 EX로 밀어버리는 (이론상 간단한)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그 정도의 역량에는 이르지 못한 플레이어 1이었기에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으로 타협했다.
 

※ 스킬포인트 획득이 가능한 최소한의 이론치

- Lv 16 60곡을 EX게이지로 클리어 (992*60 = 59,520pt)
- Lv 17 30곡을 EX게이지로 클리어 (1,016*30 = 30,480pt)

위 두 조건을 모두 만족시 WORLD랭크 보더라인 90,000pt 달성

 
 
4. 하지만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데 무작정 달리려고 하면 넘어지거나 페이스조절에 실패하기 마련이다. 이전작들과 판정범위나 타이밍상 큰 차이는 없었지만, 우선은 WORLD라는 작품에 최대한 익숙해질 수 있도록 14-15레벨 수준의 악곡부터 PFC 혹은 EX 클리어부터 시작했다.

 
5. 방법론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두 달동안 파고들면서 느꼈던게 있다면


 Ⅰ.연습은 왠만해선 노말모드로 해도 충분하다
 
 전작까지의 0.5 혹은 0.25 배속 조절방식이 폐지되고 세부배속 설정이 가능해지면서, 노멀/프리미엄모드간의 배속옵션 급나누기가 사라졌기 때문에, 판정/처리력 연습을 목적으로 한다면 노멀모드로도 충분히 수행이 가능하다. 프리미엄 플레이 이상부터 적용가능한 CONSTANT 옵션이 저속을 동반한 변속곡에서의 유용성이 상당히 높은건 맞지만, 저속에서의 고밀도 노트를 정확하게 쳐내기 위해선, 너무 의존하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하다 보는 입장이다.
 노멀모드 플레이에서 처리력과 판정력의 오차를 최대한 좁혀가면서, 괜찮은 컨디션일때 프리미엄 플레이로 플레어게이지를 걸고 도전하는 방식이, 보다 효율적이었던 것 같다. 자금의 여력이 된다면 프리미엄 모드로 밀어 붙이는 것 또한 상관이 없겠지만, 500원과 1000원의 비용차이는 플레이 횟수가 누적될수록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벌어지니까 말이다.
 
 Ⅱ. 우선은 판정의 정밀도부터.
 
 보다 높은 플레어스킬 포인트획득을 위해선 최대한 EX게이지 클리어를 노리는것이 중요한데, EX게이지는 마벨러스 이외의 모든 판정에서 게이지 감소가 발생한다. DDR이라는 게임 특성상 판정컨트롤이 쉽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우선은 최대한 많은 악곡을 순회하면서 판정라인에 적응하는 연습을 거치고, 정확도를 점점 높일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
 다행히 이번 작부터는 게임 내 옵션에서 FAST/SLOW 표시여부를 바로 ON/OFF 할 수 있게 되었고 리절트에서도 결과값을 확인할 수 있기에, 판정의 정밀도를 높여나가기는 더욱 수월해졌다. 개인적으로는 평균 90~95만점 정도가 나오는 악곡레벨대의 채보를 98-99만점 달성을 목표로 하는 형태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Ⅲ. 처리력 연습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WORLD에서야 최소치부터 17 레벨 EX클리어가 붙어있으니 두말할 것도 없고, SUN+++ 랭크를 목표로 하는 플레이어의 경우에도 16레벨 EX클리어, 혹은 17레벨 플레어게이지 IX정도로 클리어 할 수 있어야 한다. 판정의 정밀화도 우선 고밀도의 화살표를 밟는 것이 원활히 이뤄진다는 전제에서나 가능한 것이니까. 초반 30분 정도는 판정연습 겸 워밍업 느낌으로 저레벨의 점수를 높이는 플레이, 판정연습이 어느정도 되었다 싶으면 노멀모드 3스테이지 즘에 내가 간신히 깰 수 있을지 없을지 가늠하기 힘든 고난이도 악곡으로 활동량을 차츰차츰 늘려나가는 방식이 맞지 않을까 싶다.
 
 Ⅳ. 컨디션이 호조일때 기세를 몰자

플레이타임 체크에 애플워치가 요긴하게 쓰였다.

 
 여타 다른 게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DDR은 특히나 몸 전체를 굴리는 게임이어서, 내가 이 게임을 순탄하게 플레이 할 정도의 컨디션이 되는지 아닌지 자가체크가 쉽다고 해야하나, 그런 면모가 있다.
 나의 경우도 평소라면 아슬아슬하게 조건달성에 실패했을 악곡들도, 컨디션이 좋을때 워밍업 30-40분 정도 간단히 마치고 끈기있게 도전하여 EX클리어에 달성한 경우도 있었다. 아마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생업등의 이유로 게임 플레이 컨디션의 호조와 플레이 할 여유가 맞물리는 경우가 흔치 않을것이기에, 가능하면 좋은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기 바랄 뿐이다.

위 세 곡 모두 평소에는 하루에 10번씩 도전해도 안되던거였는데, 컨디션 호조일때 하니까 2-3번만에 달성해서 좀 허탈했다.

 

 Ⅴ. 식사와 휴식

 

 생각보다 간과하기 쉽지만  적당한 식사와 충분한 휴식이 정말정말 중요하다. 조금만 하면 더 할 수 있을것 같다면서 몸을 갉아먹어가며 무리해봐야 탈진나거나 근육통 내지 근육경련이 올 수 있으니, 정말 안되겠다 싶을땐 잘 쉬고 잘 먹어줘야한다. (경험담이다)

 

 

6. 

 처음 썼던 우려대로 돈 많이 넣고 열심히 했다 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길게 늘어뜨린 글이 되버린것 같은데, 그럼에도 이 글을 쓴 이유는 내가 이룬 성취에 의미를 보다 담고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나와 비슷한 마음가짐을 안고 게임을 붙잡고 있을 플레이어들이 떠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이 아니면 저 곳에 도달할 수 없을것만 같은 그런 무의식적인 초조함을 끌어안으며 게임을 했었고, 이러한 심정을 느끼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어딘가에서 묵묵히 게임을 하고 있을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지 스스로 오른 시험대를 통과하였던 것 처럼, 이 글이 누군가에게 모티베이션이 되어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