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라고 해야할지. Produce by NAOKI MAEDA 캐치프레이즈가 내건 음악x게임이 드디어 출시되었다. 한 때엔 응원은 하지만 기대는 안하던 게임이라 자조하던 시기도 있었던 것 같은데, 막상 게임 프리뷰 영상이 나오고 수록곡 미리듣기가 하나 둘 나오면서 기대감이 높아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결국엔 나도 리듬게임에 많은 빚을 진 사람 중 하나였고, DDR과 크로스비츠 덕에 견문을 넓힐 수 있었음엔 분명하니까.
1년동안만 운영하겠단 포부가 워낙 인상적이긴 했는데, 애시당초 1년이라는 한계선을 세워버린것은 아닌가 하는 삐딱한 시선이 생겼던건...부정 못하겠다. 이전 작품인 크로스비츠가 결국 어떤 모양새가 되었었는지 떠오를 수 밖에 없었으니. 다행히도 업데이트의 기간이 1년이란 것일 뿐, 그 이후에도 게임 자체는 즐길 수 있다고 하니 한시름 놓긴 했다. 어쩌면 이 1년이란 기간은 나오키 선생이 제대로 끝맺지 못했던 크로스비츠의 원념을, 이번에는 확실하게 작품을 매듭 지음으로서 풀겠단 의지로도 비춰지기도 하고.
아무튼간 런칭한지 대강 한 달 가량의 시간이 지났고, 스토리는 2장까지, 악곡도 60여곡이나 들어갔으니 게임으로서의 기반은 어느정도 갖춰진 것 같기도 하다. 크로스비츠 때 만큼은 아니어도, 이따금 생각날 때마다 플레이 해보곤 있고 어플 구매 포함하여 대략 3천엔 가량 과금했으니, 말을 얹을 자격을 갖췄을지는 모르겠지만 내세울 거리 하나는 갖췄다 자부 할 수 있다. (사실 내세울 필요가 없다.) 이하는 감상평 내지 개인적인 사견들.
1. 우선 음악은 매우 만족스럽다. 크로스비츠 시절 초반 런칭때에 비하면 라인업이 약해진게 아닌가 하는 의견도 종종 보이는 것 같은데, 애시당초 캡콤의 자본력 아래에 프로젝트를 불도저처럼 밀고 나갈 수 있었던 시기와 비교하는건 아무래도 무리가 있고.... 화력은 다소 줄었을지언정 나오키 선생이 추구하는 챌린지십 자체는 죽지 않았음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5건 비트 인사를 거의 그대로 옮겨올 순 없었지만, 일단 크빗 라인업의 윤곽을 기반으로 꽤 양질의 음악을 채워넣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전에 비해 동인/소규모 레이블을 통해 등장한 음악의 평균 퀄리티가 꽤 높아진 점도 있지만, 그럼에도 알짜배기를 엄선해 내는건 별개의 문제니까. 특히 레이야크 리겜에서도 좋은 곡을 선보였던 Iris 선생의 악곡 Pillar of Fire가 썩 마음에 들었는데, 요즘의 헤비로테이션이 이쪽으로 굳혀졌을 정도다.
한 때 리듬게임이란 장르의 선두주자로서 다양한 음악적 성취를 이루었던 BEMANI 시리즈가, 현 시점에선 좋게 말하면 안정적인 노선, 나쁘게 말하면 고착화된 패턴을 답습하고 있음이 여러모로 아쉬웠기에, 세븐스코드의 시도가 개인적으론 무척 반가울 뿐이다. 쥬니즘을 비롯한 세가 리겜이 꽤나 신선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이쪽은 음악적만족감 보단 네타거리로서 화자되는쪽에 보다 포지셔닝이 맞춰진 것 같아뵈고, 레이야크 게임도 음악이 그렇게 나쁘진 않지만 게임 자체가 나랑 생리적으로 너무 안맞아서....
2. 게임방식은 생각보다 크게 획기적인 부분은 없었다. 심플모드/카오스모드로 이원화된 게임방식이긴 하지만 심플모드는 모바일판 건반겜 열화판(웃음)이고, 카오스모드는 크로스비츠 그 자체니까. 사실 카오스모드를 메인으로 밀고가려다가 대중성을 의식하여 심플모드를 부랴부랴 만든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긴 하는데, 모든 리듬게이머 플레이어가 크로스비츠 팔로워는 아니었단걸 상기해보면 전략 자체는 나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가동초기엔 최적화 이슈가 꽤 심각했었는데 이건 나중에 언급하기로 하고...
아무튼간 게임의 기본 골자 자체는 크게 신선할게 없지만, 캐릭터 스킬 시스템은 크로스비츠의 독특한 요소로서 자리잡기에 충분했다 여겨진다. 리듬게임의 스킬자체는 뱅드림이나 데레스테에도 있고 세가리겜에도 도입하고 있긴 하지만, 단순히 스코어링의 요소가 아닌 대전 상대를 방해하는 역할까지 겸비하고 있는 케이스는 흔하지 않으니까. 오쟈마 요소란것도 캐릭터 컨셉에 맞춰 아이디어를 잘 짜낸 것 같아뵈고. 결국 여타 모바일 리겜처럼 충분한 실력과 잘 구성된 덱이 대부분을 찍어누르는 판세를 크게 벗어나진 못했지만, 오쟈마란 변수때문에 대인 대전에 긴장을 놓을 수 없게된건 꽤 마음에 든다. 다만 스킬연출의 화려한 만큼 게임 플레이 집중력이 분산되는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그 탓에 크로스비츠 보다도 사람 취향 꽤나 타는 물건이 되어버렸다.
과금방식은 다이아를 구입 후 음악과 게임 내 재화를 선택하여 구매할 수 있는 방식인데, 레이야크 리겜과 아르케아 사이 중간지점에 가까운 인상이다. 게임의 콘텐츠를 모두 누리기 위해선 추가과금이 필수불가결한 구조긴 하지만, 그래도 랜덤셀렉트 마츠리보단 훨씬 낫고, 뮤직팩을 사도 패턴 해금과 기간한정 아이템 얻으려고 추가과금해야하는 이상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음겜보다도 훨씬 낫다. 그래 아르케아 너 말하는거다.
3. 서사가 첨가된 리듬게임 이란게 사실 아주 생소한 개념은 아니다. 원체 현세대 리듬게임의 근간이 된 비트매니아 부터가 '님 클럽 디제잉으로 손님 만족좀 시켜주세요 돈줄게 ㅎㅎㅎ'란 스토리가 깔려있었고, 멀리 갈것도 없이 모바일쪽으로만 눈을 돌려도 레이야크의 Deemo가 있으니까. 다만 대부분의 리겜이 스토리가 있다 한들 배경으로 지나가듯 언급하거나, 음겜 파트 사이의 인터미션 정도에서 컷신을 띄워주는 선에서 그친데 비해, 이쪽은 음겜 파트에서도 인물간의 대화가 오가는 면모가 꽤 신선하다. 앞서 언급한 스킬발동 연출까지 어우러져 등장인물간의 긴박한 전투가 보다 생동감 있게 느껴진단 점에선 흡입력은 나쁘진 않다고 보는 편.
스토리 자체는 현재로선 제동장치가 살짝 망가진듯한 소년만화를 보는 기분이긴 한데, 등장인물의 조형은 썩 괜찮은 편이고, 성우의 연기까지 가미하여 생명력을 주입한건 음겜이란 장르에서 이루기 힘든 훌륭한 성취임엔 틀림없다. 다만 장르적 한계인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캐릭터들 하나하나가 미묘하게 평면적이면서 나사 하나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은 드는데.... 애초에 음겜에서 서사적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합리적인 행동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긴하지만 애시당초 스토리성을 강조한 리겜이란 캐치프레이즈가 달렸었고, 최근에 나온 캐릭터들은 인물당 500엔에 팔아치우고 있단걸 생각해보면 기대치를 올리는데엔 꽤나 합당한 이유가 갖춰진게 아니련지?
4. 아무튼 컨셉도 나쁘지 않았고 양질의 음악도 채워져서 나름 할만한 게임으로 널리 널리 알려졌다면 좋았겠지만...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고 최적화 이슈로 잡음이 터져나온게 상당한 마이너스가 되지 않았나 싶다.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는 물론이고 심지어 iOS 디바이스 까지 프레임이 뚝뚝 끊긴데다가, 입력레이턴시도 이상할정도로 길어서 플레이 자체가 불협화음의 연속이었으니. 잘 나갔던 쉐프가 독립 후 새 식당 차렸대서 방문갔더니 포스기 고장으로 정상적인 주문접수 자체가 안되는 촌극이 벌어진 꼴인데, 들을 필요가 없던 힐난까지 이따금 보이는거 보면 초반 이미지가 꽤나 구겨진건 맞는 것 같다.
이 정도로 확연하게 드러났던 문제를 캐치 못한채 출시했을 것 같진 않고, 자금융통과 관련해서 돈을 서둘러 끌어야했기에 발매시기를 원래 기획했던 것 보다 끌어당겼던게 아닌가 하는 추측은 들지만 어디까지나 일개 유저의 뇌피셜일 뿐이고. 아무튼간 세븐스코드가 시작점부터 다소 불리한 여론을 끌어안고 출발하게 된건 무척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지금은 아이패드 5세대에서도 제법 게이밍이 원활하게 되는 수준까지 최적화가 이뤄졌고, 입력레이턴시가 최악에 가까웠던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도 딜레이가 꽤 개선되었으니, 최소한 게임이라 부를 수 있을정도로 수준이 끌어오려졌음을 정말 다행으로 생각한다. 향후 약 10개월동안 추가될 새로운 콘텐츠들과 악곡, 그리고 어떤 충격적인 서사가 기다리고 있을지. 2020년 10월까지의 소소한 재미가 하나 생긴건 충분히 기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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