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비행기의 탑승을 앞두었던 10월 27일 새벽은, 차가운 공기가 어둠만큼 메워진 것 같은 풍경이었다. 해가 뜨기 전 영종도의 도로는 어두웠고, 어둠의 빈 틈 사이로 가로등 불빛이 등대처럼 빛나고 있었다. 나는 그 불빛을 따라 공항으로 향했다.
이번 여행은 '갈 수 있을까' 내지 '가고싶다' 정도의 희망사항으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올 해 일본여행을 반드시 갔다 온다'라는 각오에 가까웠다. 애인님과의 연애 초기 때부터 주고 받았던 '꼭 일본 M3에 가서 아티스트 분들과 교류해요'라는 약속을 이루고 싶었고, 여러 일들로 몸과 마음이 지쳤던 2023년에도, '일본에 다녀왔다'라는 즐거운 이정표를 새기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에. 8월에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나서 일정계획을 나름 추진력 있게 세우려했던 것도, 후회를 조금이나마 남기고 싶지 않았던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
공항에는 새벽 5시 즈음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공항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사람이 많단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았었는데, 출국장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탑승수속과 출국심사에 줄지어 서있었다. 하늘길이 막혔던 긴 시간동안, 사람들은 얼마나 다른 세상과 색다른 경험 (혹은 일상을 벗어난 휴식)을 갈망했을지 생각해보았다.
여행을 같이 할 애인님도 나도 서둘러 나오느라 식사를 못한 상태였어서, 식사는 스카이허브 라운지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출국수속 등을 비롯한 시간이 생각보다 지체되어 브레이크 타임 10분 전에서야 겨우 입장하였지만, 여행을 앞두고 에너지를 충전한단 기분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이번 여행길에 탑승한 비행기는, 아침 7시 5분에 출발하여 9시 40분 경에 도착하는 운행노선의 항공기였다. 비행기를 마주하고 나니 여행을 떠난다는 실감이 좀 더 들었던 것 같다. 좌석에 앉아, 여행에서의 하고싶은 일들을 도란도란 나누다보니, 어느새 중력을 거스르는 기세로 두둥실 떠오르고 있었다.
환하게 빛나는 하늘과 솜사탕 대륙처럼 깔린 구름의 바다를 바라보면 어딘가 모를 기대감이 샘솟아 오르는 듯 하다.
도쿄 날씨도 여행기간동안엔 맑을 전망이라고 하길래, 지난 번 도쿄 여행 때 시종일관 흐리고 비오던 날씨와는 다른, 상쾌한 여행길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생겼다.
약 2시간 30분 정도의 비행을 마치고, 나리타 3터미널에 도착했다. 도쿄 도심으로의 이동은 <나리트 스카이 엑세스>선을 이용하기로 했는데, 2터미널로 이동해야했기 때문에 운동장 트랙처럼 이어진 길을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나갔다. 다들 달리기 선수가 된 것도 아닌데, 꽤나 많은 사람들이 트랙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누구라도 그러고 싶지 않았을까?
스카이트리가 푸른 하늘을 뚫을 정도로 높게 솟아오른 오시아게(押上)역에서 하차. 이번 여행에 신세를 질 호텔로 이동하기 위해, 한조몬선을 타고 긴시초(錦糸町)역으로 향했다.
이번 여행의 거점이 된 호텔은 소테츠 프레사인 도쿄 긴시초 점으로, 일본 여행을 자주 다녀온 지인으로부터 추천받은 곳이었다. 여행객의 증가와 맞물려, 컴포트더블룸 기준 3박 숙박에 4만5천엔 정도라는 비용이 나왔지만, 역 접근성이 좋았던데다 조식이 포함되어있었기에 주저없이 선택하였다. 결론적으로는 꽤나 만족스러운 선택이 되었고.
호텔에 도착한 시각은 약 12시 30분즘 되었는데, 투숙객의 체크인 가능시간은 3시부터였다. 다만, 체크인 전에 캐리어 등의 짐을 맡길 수 있는 물품 위탁서비스가 있어, 캐리어는 호텔에 맡기고 간단한 배낭만 걸친 채 다시 호텔 밖으로 나섰다. 코인로커라는 선택지도 있지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면 이를 마다할 이유는 없으니.
출발할 때에 비해 가벼워진 양 손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애인님과 다음 경로로 향했다. 어느 누군가에겐 장소가 아니라 그 자체가 될, 오타쿠들의 성지(聖地).
아키하바라(秋葉原)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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