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을 친 창문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햇살이 스민 낯선 천장을 바라보며 잠에서 깼다. 전 날 새벽부터 다소 무리한 스케쥴을 이행한데다 낯선 곳에서 잠들었음에도, 푹 잠들고 깨어난 듯한 상쾌함이 느껴졌다. 커튼을 걷고, 창밖을 바라보며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다. 오늘도 도심을 거닐으며 마주할 많은 풍경들이, 나의 마음에 스며들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여타 비즈니스 호텔과 마찬가지로 프레사인 또한 조식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취식 가능한 음식의 가짓수도 많았고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맛이어서 정말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었다. 호텔의 조식 자체가 여행중의 시간과 수고를 덜어준단 측면에서 상당한 이점을 갖고가는데 거기에 맛있기까지 했으니, 여행의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 질 것만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
시부야 스카이 전망대 입장이 예정되어있던 여행 2일차의 하늘도 다행히 무척 쾌청하였다. 7년 전 도쿄여행때는 내내 흐리고 비가 왔어서 구름낀 풍경밖에 담지 못했던 쓰라린 기억이 남았는데, 이번 기회에 확 트인 도쿄의 풍경을 보며 그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을거란 기대감으로 활기차게 걷기 시작했다.
시부야 스카이의 입장은 오후시간으로 예약이 되어있어, 오전시간에는 잠시 다른 곳에 들러보기로 하였고, 시부야와 멀지 않는 곳인 이케부쿠로에 가보기로 하였다.
빅카메라를 비롯한 상가들이 빽빽하게 채워진 이케부쿠로 역의 풍경을 스쳐가며, 빌딩 사이의 골목으로 발걸음을 딛었다.
목적은 이케부쿠로의 큰 상가나 맛집 카페를 가려고 했던것은 아니고
게임센터 미카도 이케부쿠로점에 방문하기 위함이었다.
「게임센터 미카도」는 타카다노바바역 인근에 운영중인 1호점을 중심으로 도쿄에 운영중인 오락실 브랜드로, 게임센터 운영만이 아닌 자체적인 게임대회 개최 및 유튜브 게임방송 등으로도 유명하다. 때문에 아케이드 고전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 인지도가 높은 곳은 물론, 80-90년대 게임의 추억이 깊은 만화인 「하이스코어 걸」로 유명한 작가 「오시키리 렌스케」선생이 캐릭터 「미카도쨩」을 그리기도 하였다.
이케부쿠로점은 타카다노바바의 1호점에 비해 매장규모가 좁고 게임라인업의 차이도 다소 있지만, 이 곳은 도쿄 도심에서 「크로스비츠 REV. 선라이즈」가 가동되는 유일한 게임센터라는 희소성이 있다.
크로스비츠에 대해선 많은 말을 하고 싶으면서도 어떤 말 부터 꺼내야할지 참 어려운 주제다. 음악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는 물론, 음악을 듣는 폭이 넓어진 것은 이 작품이 크나큰 계기였기에. 이젠 스스로 게이머라 지칭하기엔 행동도 굼떠지고 순발력도 예전같진 않은 게으른 리스너가 되어버렸지만, 2년만에 다시 이 기계앞에 마주하면서 게이머로서의 두근거림을 오랜만에 느껴볼 수 있었다.
감각을 잃지 않는 정도로만 가볍게 플레이를 마치고, 대부분은 여행을 같이 한 애인님께 양보하였다. 나야 충분히 많은 플레이를 했지만 애인님은 난생 처음으로 크로스비츠라는 게임기를 마주한 것이니. 애인님이 좋아하는 아티스트 effe 선생의 악곡을 비롯해 즐겁게 플레이 하는 모습에 방문하기 잘했다고 안심하며, 2층을 둘러보았다.
타카다노바바점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2층이 게임센터 미카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80-90년대 캐비넷 아케이드 게임기들이 대거 가동되는 곳인데다가, 일본 내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희귀게임을 이따금 돌리기도 하니까. 그 중 한국에서 만들어진 슈팅게임 「미션크래프트」가 실제로 돌아가는 모습에 순간 헛웃음도 나왔다.
시부야 스카이 방문 예약시간이 임박하여 오래 있지는 못하고 금방 이동해야했지만, 그래도 꼬꼬마 게이머로서의 추억을 다시 되새겨볼 수 있었던 즐거운 감각을 품고 다음 목적지인 시부야역으로 향했다. 햇살을 등에 안고, 동행인과 같이 한 걸음씩 걸어나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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