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대로라면 시부야 스크램블을 빠져나온 후의 식사 장소로 점찍어두었던 곳은 「상등카레」 였다. 일본식 카레라이스를 먹기에 나쁘지 않을것 같아서 들러볼까 했는데… 하필이면 매장 브레이크타임과 겹쳐져서 이곳에서 식사를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이 곳 주변에는 식당이 꽤 있으니까, 차근차근 둘러보면 되겠단 생각으로 느긋하게 둘러보기로 했다.
한국에서 일식집이 생겨나는 것과 비슷하게, 일본에서도 한식당은 물론 한국식 술집도 제법 늘어난 모양새였다. 설마 진로소주의 두꺼비 캐릭터와 ‘맛있으면 0칼로리’(한글로 써있었음) 문구를 시부야 한복판에서 발견할줄은 몰랐는데…
브레이크 타임이 걸쳐지지 않은 식당 중 어디를 방문할지 고민하다가, 왠지 괜찮아보이는 함바그 집이 보여서 들러보기로 하였다. <오레노 함바그 슈슈 와타나베> 라는 곳이었다.
https://maps.app.goo.gl/oYxP9SRLHjTQ5dp37?g_st=ic
함박스테이크는 레토르트 요리로서도 친숙하지만, 간단해보일 수록 맛있게 만들기 어려운 요리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곳의 함박스테이크는 꽤나 괜찮은 인상으로 남았다.
담백하면서도 적당히 기름기 있는 다져진 함바그에, 둘러진 소스의 풍미까지 더해지면서 꽤나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었다. 같이 주문했던 메론소다도 바닐라빈이 콕콕 박힌 아이스크림이 얹어져, 더욱 달달하면서도 다채로운 맛을 음미하며 먹을 수 있었다. 우리가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한국인임을 알아채어 한국어 메뉴판을 제공해주신 소소한 배려도 무척이나 감사했다. 여행은, 이런 좋은 기억들을 마음에 새기기 위한 과정이겠지.
식사를 마치고 든든해진 배 만큼 풍성한 마음을 품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도심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았을 땐 드넓게 펼쳐진 도심에 주목했지만, 도심 한가운데서 고개를 들었을 땐 한없이 펼쳐진 하늘이 유독 마음에 새겨졌던 것 같다.
알고보니 할로윈을 앞둔 주말이어서, 시부야에 꽤나 사람이 많이 밀집해있었다. 상가 사이사이 열린 팝업스토어나 작은 행사, 곳곳에 보인 코스프레 한 사람들… 축제거리를 걷는 느낌도 들었다.
다음 목적지인 <타워레코드 시부야점>에 가는 길에 시부야 교차로를 걸어보았는데… 내려다볼땐 멋있어보이던 풍경이 직접 거리를 걸어보니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걷는 것 자체가 꽤나 버거운 경험이었다.
여러 미디어 매체에서만 보던 거리를 직접 밟는단 경험은 나름 나쁘지 않았지만 서도…
골목길까지 북적거리는 시부야 도심의 거리 한복판에 세워진 <타워레코드>에 도착했다. <타워레코드> 시부야 본점은 모든 건물이 음반과 음악을 다루는 공간으로서, 나와 애인님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꽤나 기대감이 높았던 터전이기도 했다.
스트리밍과 영상의 시대를 꺾을 순 없었다는 듯이, 일본도 이제 피지컬 음반으로는 밀리언을 찍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곤 하지만, 그럼에도 모든 층이 음반으로 가득한 이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음악을 한웅큼 쥐어간단 사실은 꽤나 감격스러웠다. 한국에서도 음악을 다루는 매장은 제법 있지만, 대부분은 대형서점 내지 팬시숍의 일부로서 기능하는데다가 이렇게 2개 층 이상을 음반에 할애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각 층별로 다양하게 구비된 음악 꾸러미를 바라보며, 세상엔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많은 즐거움이 펼쳐져있구나 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워낙 다양한 음악을 다루는 곳인만큼 게임사운드트랙도 생각보다 넓은 스펙트럼으로 디스플레이 되고 있었는데, 인기 게임 시리즈의 사운드트랙은 물론, 옛 게임의 복각 LP 등을 비롯한 다양한 음악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일반 매장에선 보기 드물거라 생각했던 BEMANI 계통의 음반까지. 사고 싶은 음반은 몇 장 있었지만, 다음 날 방문 예정인 스케쥴에서 음반을 엄청나게 살 것이라 예상하기도 했고, 타워레코드에서 구할 수 있는 음반이면 대부분 아마존 직구로도 구매가 가능했기에 이곳에선 머리에 힘을 꽉 주고 간신히 견뎠다.
그 와중에 애인님은 소나무같은 취향을 뿜뿜하며 면세범위를 넘겨가며 음반을 구매했다. 후회없이 행복했다고 하니 나도 기뻤지만.
앞서 시부야 스카이에서 내려다본 시부야의 인파가 정말 북적인다 생각했는데…. 할로윈을 앞둔 시부야 골목은 그야말로 출근길 2호선의 느낌을 다시 체험하는 듯 했다. 타워레코드에 입장했을때보다도 훨씬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걷고 있었고, 우리는 막힌 도로위의 자동차처럼 천천히 나아갔다. 곳곳에는 도로를 통제하는 교통경찰과, 확성기로 ‘시부야 거리에서 행사를 삼가해주세요’라고 주의를 거듭 당부한 경찰관의 모습이 보였다. 나나 애인님이나 축제를 싫어하진 않지만, 쉴틈없이 꽉 막힌 풍경을 좋아하진 않았기에 서둘러 다음장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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