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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2023.10.27-30 도쿄여행기

[2023 도쿄여행기] (9) 아키하바라 오락실에서 달밤의 체조, 그리고 운동 후 야식으로 먹은 히다카야(日高屋) 가라아게

by offscape 2024. 5. 27.

첫 날 달성하지 못했던 Dance Dance Revoultion 더블 쪽 10단 획득을 위해, 애인님은 먼저 숙소로 배웅해주고 다시 한번 아키하바라로 향했다. 아키하바라역에 도착하자마자 펼쳐진 수 많은 서브컬처 관련 홍보 광고들은, 내가 머무르고 있는 곳의 산업이 무엇을 중심으로 돌아가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듯 했다.

 

 

밤의 아키하바라는 낮에 펼쳐진 풍경과는 다른 의미로 깊은 어둠을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메이드복을 입은 사람이 '요상한' 매장에 호객하는 빈도가 훨씬 높아졌고, 메이드카페 내지 지하아이돌의 공연에 입장하는 줄이 간간히 보였으며, 자기 나이보다 두 배 이상은 많을 것 같은 아저씨를 옆에 끼고 다니는 어린 학생도 볼 수 있었다. 내가 머무르고 있는 곳은 무엇을 추구하기 위해 유지되는걸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한번 게임센터로 향했다.

 

 

최종적으로 더블 10단 획득을 위해 방문을 결정한 곳은 <GAME PANIC 아키하바라점>으로, 다른 곳에 비해 이곳의 DDR이 플레이 환경이 제일 수월했기 때문. 차츰차츰 계단을 오르듯 하나하나씩 난관을 헤쳐 오르다가, 10단에 도달하였다.

모든 악곡의 난이도가 18로 구성되어있으며, 쉴틈을 주지 않고 좌우 이동을 격렬하게 해야하는 난코스로 이뤄진 이걸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싶었는데...

 

 

해내긴 해냈다.

간신히 10단 취득에 성공한 나 자신이 대견하다고 여겨지면서, 더블 개전 획득은 너무나도 머나먼 일이겠구나 하는 커다란 장벽도 느껴진 순간이었다.

사실, 단위취득 순간에는 너무 힘들고 숨이 막혀서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제대로 기억나진 않지만,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사진첩의 리절트를 다시 돌아보며 해냈다는 현실감이 조금씩 차오른 것 같기도 했다.

 

 

다행히도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JR선을 타고 호텔이 있는 긴시초역으로 갈 수 있었다. 원래는 그냥 돌아갈까 했지만, 배는 고프고 달성감에 서서히 고조되는 마음을 식혀줄 무언가가 필요할 것 같아서, 숙소로 들어가는길에 보인 히다카야(日高屋)라는 매장에 방문하여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기로 했다.

 

熱烈中華食堂日高屋 | 株式会社 ハイデイ日高 (hiday.co.jp)

 

熱烈中華食堂日高屋 | 株式会社 ハイデイ日高

熱烈中華食堂日高屋のウェブサイトです。豊富なメニューと店舗情報を掲載中。

hidakaya.hiday.co.jp

 

히다카야는 일본 수도권 지역에 운영중인, 요시노야 등의 가성비 식사를 제공하는 일본식 중화요리 프랜차이즈 매장이다. 한국으로 따지면 백종원의 더본코리아에서 운영하는 홍콩반점이 비슷한 포지션의 음식점이라 할 수 있는데, 저렴한 가격에 든든한 끼니를 때울 수 있는데다가 메뉴도 다양하고, 무엇보다도 24시간 영업이라는 장점이 있으니 이곳으로 선택지가 좁혀지는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하여 편의점에서 쿠로미 초코케이크와 히다카야의 가라아게, 그리고 스트롱제로를 한 캔 들고 올라와, 애인님과 맛난 야식을 누릴 수 있었다. 10단 취득을 축하해주는 애인님, 그리고 다음날 있을 M3 라는 행사를 앞두고 '내일이 정말 기대되어요'라며 아티스트들을 만날 생각에 감격에 벅차 오른 우리들. 우리에게 감상의 폭을 넓히고 새로운 세상에 도달하게 해주었던 몇몇 작곡가를 위해, 한국에서 미리 가져온 작은 선물과 함께, 편지를 작성하기로 했다. 대략적인 문구와 번역은 내가 담당하고, 필사는 애인님이 담당하는 방식으로.

 

아무래도 도쿄 여러곳을 돌아다니기도 했거니와, DDR 단위인정 작업때문에 꽤나 피로해져 있던 탓에, 양해를 구하고 먼저 침대에 누운채 편지에 쓸 글귀들을 말해주었고, 애인님은 정성스럽게 펜끝으로 우리의 마음을 편지지에 담아내었다. 누워있는 나를 향해 애인님이 물었다.

 

"그런데 옵스님 다음 문장은 어떤것을 쓰는게 좋을까요?"

 

그러나 나는 이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너무 피곤해서 잠들어버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