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손 가득 두둑한 짐을 들고 돌아가는 길에 적지 않은 피로감을 느꼈었지만,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만났다는 기쁨어린 마음은 구름 사이 햇살처럼 따뜻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기도 했다. 신바시역을 경쾌한 발걸음으로 환승하며 훑어본 풍경은,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길을 가는, 그럼에도 적당한 활력감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환승경로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며, 나리타 익스프레스 (NEX)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다음날 귀국길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은 케이세이 스카이라이너를 타기로 했어서 이 열차는 연이 없었는데, 다음 도쿄 여행이 있다면 그 때엔 이 열차를 이용할 계기가 생길…까 싶기도 하다.

긴시초역에 도착하니 하늘은 서서히 구름이 걷혔고, 우리들의 마음도 조금은 더 트인듯 하였다.
밤이 되면 술꾼과 호객으로 조금은 꺼려지는 길이지만, 낮시간 만큼은 묘하게 안정감도 느껴지고, 식당도 적당히 보이는 참 좋은 골목인데… 한국이나 일본이나 술문화라고 불리는 것의 문제인게 아닐까.

생각해보면 우리 둘 다 긴시초역에 도착한 약 3시까지 아무것도 못먹은 상태였고 허기가 엄청나게 몰려왔다.
전날 포장 주문으로 먹은 가라아게가 괜찮기도 했고 다른 식사류도 먹어보고 싶어서 애인님께 제안을 했고,
애인님도 흔쾌히 좋다고 해주어서 이번 식사는 히다카야에서 먹어보기로 했다.
구글맵에서의 평점이 그다지 높지 않은것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프랜차이즈이니 왠만한 식사류에선 실패하지 않을거란 생각도 들었고…

주문은 각 테이블마다 놓인 태블릿디바이스로 진행이 가능했고, 식사류의 가격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저렴했다.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둘이서 밥류 메뉴 한그릇씩 시키고 교자 하나를 시켰는데 1500엔 언저리로 나왔으니…
나는 볶음밥이 먹고싶어서 차항을 주문했고, 애인님은 오므라이스 같은 식감의 음식이 먹고싶었는지 텐신항을 주문했다.



차항은 일본 라멘집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볶음밥 그 자체여서 충분히 예상가능한 메뉴였고, 실제로 먹어보니 불맛이 생각보다 잘 살아있어서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었다.
애인님이 주문한 텐신항은 게살이 얹어진 계란지단을 쌀밥 위에 얹은 다음, 새콤짭짤한 안카케소스를 얹어서 먹을 수 있는 오므라이스 비슷한 류의 음식이었는데,
소스가 적당히 달짝지근하면서도 입에 감기는 맛이 괜찮았고, 계란이 잘 부쳐져서 든든하게 먹을 수 있었다.
교자는 어딜가나 흔히 먹을 수 있는 타입의 것이었지만, 잘 튀겨져있어서 사이드로서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구글맵에서 평점이 낮게 매겨진 평들에서 불만사항으로 지적되는 점들을 얼추 살펴보면, 맛이 평범한 음식점이란 것과 직원 응대에서 아쉬움이 있단 부분이었는데
맛은 프랜차이즈 매장의 특성, 그리고 일반적인 일본 식당 기준으로도 저렴한 가격대란걸 가정하면 충분히 타협 가능한 선일 것 같고,
가라아게를 샀던 전날 밤, 그리고 식사를 하러갔던 당일에도 접객을 하는 사람이 외국인 종업원이었던걸 보니, 여러 사정으로 직원응대에 들이는 노력을 줄이게 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나와 애인님이 지친 와중에 숙소 주변에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으니 그걸로 충분했다.
식사를 마치고나서는 씻고난 다음 숙소 침대에 누워서 아무것도 안하고 눕기만 했다. 모처럼 다시 찾은 도쿄인데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있기엔 아까운거 아닌가 싶으면서도
더욱 즐거운 저녁 산책을 누리기 위해선 쉬는게 맞겠지 하면서, 우리 둘은 곧바로 곯아 떨어졌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때, 해는 지고 하늘은 어두워져있었다.

긴시초역을 가로지르는 JR선을 기준으로 했을 때, 스카이트리와도 밀접한 북쪽구역은 숙소가 위치한 남쪽구역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는 사전지식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거리를 걸어보니 체감하는 격차가 생각이상으로 컸다.
긴시초역 북쪽구역은 한국의 명동 내지 종로 비슷한 느낌의 풍경이 조성되어있었고, 최대규모 종합쇼핑몰인 오리나스도 운영중이어서 보다 대도시를 돌아다닌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스타벅스 옆 타이토 스테이션으로 입장하는 지하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상가에 입장. 오리나스 긴시초에 입점된 타이토스테이션은 크레인과 메달게임이 주를 이루는, 게이머 입장에선 그다지 끌릴게 없는 곳이었다.

지금 일본의 대통령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치이카와라는 우스갯소리는 한국에서부터 여러차례 들었던 것 같은데, 정말 많고 귀엽다 치이카와.

점심을 늦게 먹기도 했고 무언가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어서 저녁은 간단한 디저트류로. 생각해보면 찻집도 디저트집도 둘러보지 못한건 아쉽다. 그래도 다음 기회가 있을테니까…
디저트겸 간단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난 후엔 매장 내의 가챠샵과 굿즈샵 등을 둘러보며 도란도란 M3의 후기와 만족스러운 풍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리나스를 둘러보고 주위를 둘러보니 화려한 조명으로 감싸진 도쿄스카이트리가 보였다.
밤의 도쿄 전경을 보고 싶긴 했지만, 이것도 언젠가 다음에 기회가 있겠지.




돌아가는 길에는 돈키호테가 보여서, 여행에서 돌아갔을때 두고두고 먹을 간식,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줄 과자류 등을 구매하였다. 근래의 돈키호테가 가격적인 면에서는 이온몰 등과 비교하여 메리트가 없어지긴 했지만, 대형마트를 찾아서 발품을 파는것도 일이거니와, 이러니저러니 해도 돈키호테가 해외 관광객(특히 한국인) 대상으로 디스플레이가 잘 되어있는것도 사실인지라… 이런저런 것들을 많이 샀지만, 그 중 S&B의 후추나 파슬리 등의 조미료는 정말 요리할 때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어서, 구매하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복귀하고나서 M3 현장 등을 비롯해 구매(및 무료배포)한 음반들을 전부 모아놓고 찰칵. 모아두고 보니 정말 많은 음반을 구했고, 일상을 살아가는 즐거움에 음악에 많은 빚을 졌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로서 이번 여행에 가장 큰 목표였던 M3방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고 여행의 마지막이 도래했다는 시원섭섭한 감정을 끌어안으며 취침하였다.
그래도 아직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누릴 수 있는 것이 아직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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