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기/2023.10.27-30 도쿄여행기

[2023 도쿄여행기] (12-完) 여행의 마지막은 아키하바라 아이쇼핑, 그리고 귀국

by offscape 2024. 9. 18.

프레사인은 정말로 밥이 맛있었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꾸벅꾸벅 새벽은 온다. 마지막은 허무할치만큼 빨리 찾아왔다.
그래도 남은 여행 일정도 잘 마무리 지을 수 있기를 소원하며 호텔 조식을 맛있게 섭취하였다. 아직 끝나진 않았으니까.
프레사인에서의 숙박을 만족스럽게 할 수 있었던, 아침마다 맛있고 충실한 식사를 할 수 있었던 덕분이라 생각한다.


아쉽지만 이제는 체크아웃을 할 시간이다.
프레사인의 체크아웃 시간은 여느 다른 호텔과 비슷하게 11시지만,
아키하바라에서 미처 둘러보지 못했던 곳을 살펴보기 위해, 조금 이른 시간에 호텔 밖으로 나섰다.


아키하바라역의 코인락커는 캐리어 하나를 보관하는데 600엔 가량이 드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장소여서 빈 로커를 확보해 보관이 가능하리란 보장이 없었다.
다행히 프레사인에선 체크아웃 수속을 마친 숙박객의 짐도 맡아준다고 하여, 캐리어를 맡기고 편하게 아키하바라를 돌아보기로 했다.
호텔까지 다시 돌아가야한다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그래도 아키하바라역에서 긴시초역은 JR선으로 3정거장 밖에 안되니 동선이 그렇게 길지도 않고…

한 건물을 통째로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는 스루가야 아키하바라본점


생각해보면 여행 첫날엔 아키하바라를 그다지 많이 돌아보지 못했던듯 하여, 아키하바라의 여러 매장을 살펴보기로 하였다.
코로나 시기 전후 글로벌 마케팅을 활발히 전개한 덕분에 통신판매로 해당 매장의 물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었으며,
나의 음반 수집에도 스루가야의 도움이 꽤나 컸기에 여러모로 친숙한 매장이었다.
아키하바라 본점은 7개 층을 통째로 스루가야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었고, 게임/애니메이션/음반/피규어 등 각 층마다 다루는 품목군이 다양하게 분할되어있었다.
전반적으로 판매하는 품목을 둘러보기 위해서 제일 위층부터 차근차근 걸어내려가며 살펴보기로 했는데…

모자이크 해야할 영역이 생각보다 많았다…

아키하바라에 위치한 매장이라는 특성때문인지, 가장 위층인 7층은 에로게임 위주로 디스플레이된 공간이었고
엘레베이터 문을 열자마자 낯뜨거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층별 안내문에 성인향 게임을 취급한다는 문구는 확인하긴 했지만, 그게 문을 열자마자 바로 보입니다 였다니…
7층에서의 충격이 컸을 뿐 나머지 매장은 그냥저냥 여러 품목들이 다양하게 배치된 중고매장이었고,
특별히 무언가를 사야겠다 라는 마음가짐은 없었기에 퇴장하고 다른 매장을 살펴보기로 했다.

그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레트로게임을 전문으로 다루는 매장, BEEP 아키하바라점이다.
BEEP 아키하바라점은 가정용게임이 아닌, 게임센터에서 가동하는 오락실용 게임기판과 관련 장비에도 중점이 맞춰진 독특한 매장이었고,
나는 오락실게임에 각별한 추억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에 이곳에 꼭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다.


BEEP 아키하바라점은 지하에 있다. 마스코트 캐릭터가 반갑게 인사해주었다.

지금도 꽤 좋아하고, 한때는 기판도 가지고 있었던 슈팅게임 케츠이. 그새 가격이 올랐다.
MVS 게임 카트리지는 그래도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지만, 자체 보드를 사용한 게임일수록 대체로 비싸진다.

지금은 여러 회사들에 의해서 오락실 고전게임들이 현세대 가정용 게임기로 이식되면서, 이전에 비해 접근성이 상당히 괜찮아지긴 했지만,
모든게임이 만족스럽게 가정용으로 옮겨지는 것은 아닐뿐더러, 오락실과 같은 환경에서의 게임환경을 추구하는 사람은 기판을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더군다나 일본의 게임센터 상황도 영업의 어려움으로 폐장하는 매장이 늘어나는 등 전반적인 시장 침체를 겪고 있으니,
오락실 게임기판의 소비자를 업장이 아닌 소수의 매니아 위주로 편성하였단 인상이 들었다.

이러한 상황이 맞물려 오락실 게임기판은 쥐고만 있어도 가격이 오르는 물품이 되었고,
케이브의 슈팅게임 케츠이는 약 200만원, 타이토의 슈팅게임 사이바리온은 약 350만원에 이르는 가격까지 솟구쳐 올랐다.
해당 게임을 비롯한 기판류들의 추가생산은 당연히 없을것이고, 기기 수명에 따라 잔존수량도 점점 줄어들것을 감안하면,
이 상황은 꽤 오래 지속될것으로 보인다.


아카토블루는 케이브 소속의 일부 직원이 ‘타노시마스’라는 회사를 꾸려 만들어낸 슈팅게임으로,
원래는 모바일 게임으로 발매되었던 게임을 개량하고 제목에 TYPE-R을 붙여, 카트리지형 게임기판 exA-Arcadia으로 출시하였다.
원칙적으로는 매장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품목이지만, 사실상 개인의 구매를 크게 막지 않는듯 하였고,
한번 해보고 구매하세요 라는 느낌으로 시연까지 되고 있었다.


그 다음으로 방문한곳은 슈퍼포테이토 아키하바라점.
이전부터 레트로게임 전문 매장으로서 유명한 곳이었지만 레트로게임에 관심이 있는 동서양 관광객의 수요증가로 인해,
취급품목에 폭리를 취한다는 뒷말이 나온 곳이기도 하다.

그 사이 레트로게임을 다루는 다른 업체들도 치고 올라오면서 이전에 비해 명성이 떨어지긴 했지만,
손그림과 손글씨로 정성스럽게 적힌 안내사항, 그리고 둘러보기 편안한 분위기 등은 이 매장에서 누릴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라 생각한다.


네이키드 스네이크의 권총은 2016년 방문했을때도 꺾여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두다리 뻗고 멀쩡히 서있는게 기적같아보인다.

 

화과방처럼 꾸며진 간식코너. 한국의 문방구 오락기가 설치된 슈퍼같아서 옛 생각이 모락모락 떠올랐다.
코로네의 얼굴로 말하는 경고문의 내용이 살짝 살벌하다. 영업하는 입장에선 꽤나 스트레스 받을 일이라 솔직히 공감되었다.
댄스뮤직이 대충 망하면서(웃음) FLASH CUBE도 망했다. FLASH CUBE레이블로 나온 RAM의 음반도 절판된 탓에 정가의 2.5배수준으로 올랐다.

 

MVS(오락실)용 카트리지가 아닌 네오지오(가정용) 카트리지는 생산수량과 잔존수량이 적어 더 비싸다. 네오지오 후기에 나온 블레이징스톰의 가격은 무러 천만원…
카트리지가 아닌 디스크게임은 비교적 상황이 나은편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B급에 가까운 상태의 게임이 16만엔 가량에 판매되기도 한다. 물론 이 게임도 사연이 많긴 하지만서도…
고전게임을 좋아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버추얼 유튜버 이누가미 코로네와 소닉과의 캘럽 상품. 인기가 좋아서 매년 연례행사처럼 신 상품이 나오고 있다.


이전에 비해 둘러보는 재미가 줄어들었으면 어떻하나 걱정도 했지만, 막상 슈퍼포테이토를 둘러보니 꽤 만족스러운 아이쇼핑을 할 수 있었다.
직전에 돌았던 BEEP가 정말 철저하게 게임 매니아 오타쿠를 겨냥한 곳에 가깝다면,
슈퍼포테이토는 그 보다는 보다 포멀하면서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세심하게 디스플레이 한 흔적이 느껴졌다고 해야할까.
레트로게임에 비교적 관심이 덜한 애인님도 즐겁게 둘러볼 수 있었다고 하니,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은 당연한걸지도 모른다.


점심은 아키하바라에 있는 텐동 프랜차이즈, 텐동 텐야 스에히로쵸점에서 텐동을 먹었다.
생각해보면 2016년 도쿄여행때도 귀국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먹었던 점심식사가 이거였는데 다시 이걸 먹게 될줄야…
무난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튀김덮밥으로 적당히 먹고 적당히 쉬어가기 괜찮았다.
https://maps.app.goo.gl/EDuuxcjWTXrXs2TX6?g_st=com.google.maps.preview.copy

 

텐동 텐야 스에히로쵸점 · Chiyoda City, Tokyo

 

www.google.com


식사를 마치고 약간의 휴식을 취한 후, 아키하바라 라신방과 애니메이트를 적당적당히 둘러보았다.

동방어레인지 중심으로 편성되어있었던 라신방 동인음반코너
왼쪽부터 소닉, 스페이스인베이더의 크랩, 팩맨 피규어. 생각보다 비싸진 않았다.
애니메이트가 다루는 품목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했을지언정 점장 캐릭터는 소년 열혈만화 컨셉을 유지하고 있음이 새삼 대단하다 느껴졌다.

 

벌써 정들어버린 것 같은 아키하바라 역 앞 풍경.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이야.

이제는 정말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왔다.
나도 애인님도 무언가를 사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구경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아키하바라 상점가 산책이었고,
호텔에 맡겨둔 짐을 찾으러 다시 JR선에 몸을 실었다.

기울어진 그림자를 등에 이고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무언가 애틋한 면이 있다.


나리타공항으로 돌아가는 길은 입국때보다는 편하게 진행하고 싶어서 스카이라이너 고속열차를 이용하기로 했고,
탑승역인 우에노역으로 가기 위해 한조몬선을 타고 이동하였다.

스카이라이너를 탑승하면 우에노역에서 나리타공항까지 약 50분 정도 소요된다.


원래대로라면 우에노역 인근의 우에노공원을 살펴본다던지… 역 주변의 풍경을 둘러보는것도 해보고 싶었지만
귀국까지의 시간이 그다지 넉넉하지 않았음이 아쉬울 뿐이었다.
그래도 열차좌석에 편히 앉아 푸른 하늘아래 깔린 경치를 바라보면서 조금이나마 아쉬움을 덜 수 있었다.

그래도 스카이라이너에 편히 앉아서 바라본 밖 풍경은 썩 괜찮았다.
입국했을때랑 같은 길 다른 감정.

 


생각해보면 3터미널 출국장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용객이 비교적 적어 수속이 빠르단 장점은 있긴 했지만,
좋게 말하면 여백의 미가 넘치는 곳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돈쓰기 싫은 티가 팍팍 난 공간이었다.

저녁은 애인님께서 맛난 햄버거를 사주었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햄버거를 먹으며 이번 여행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었다.
생각보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긴 했지만,
그럼에도 이번 여행이 정말 즐거웠고 같이 많은 곳을 함께 걸을 수 있어서 진심으로 기뻤다.
원래 계획했던 곳 중 둘러보지 못했던 장소도 몇 군데 있었고, 디저트와 차/커피 맛집을 전혀 들르지 못한 아쉬움도 있지만,
이 또한 다음 여행에선 꼭 같이 누리자는 약속을 하며 햄버거를 맛있게 먹었다.


나리타 3터미널의 면세점은 정말 규모가 작았다. 과장 안하고 30분이면 모든 매장을 다 둘러볼 수 있었을 정도로.
귀국편에 오르기 전 돈키호테 등의 매장에서 요깃거리 등은 다 구매해두긴 했지만, 그래도 선물이란 느낌은 면세점 과자만한게 없으니까.
시로이코이비토를 비롯해서,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줄 과자류를 몇박스 구매하다보니 어느새 귀국비행기에 탑승할 시간이 되었다.


사실 2023년에 다녀온 도쿄여행은 주변 상황이 (좋지 않은 쪽으로) 급변하는 과정이 겹쳐져서
여행을 갔다오는것이 맞는건지 꽤나 길게 고민했었다.
그럼에도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이번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거란 생각으로 결단을 내렸고,
덕분에 좋은 기억을 품고 더욱 열심히 해나가리란 다짐 또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의 말동무로서, 그리고 동반자로서 함께 발걸음 맞춰준 애인님께 정말로 고마운 여정이었고,
그리고 먼 곳에서 방문한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해준, 세이지 타카하시님과 Voile님께도 무척이나 감사한 여행이었다.
따뜻한 햇살 아래 누렸던 포근한 기억을 마음에 담고,
다음에 다시 발을 딛을 날을 기다려본다.

-2023 10월 도쿄여행기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