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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음반

Ray Tracing, Karma

by offscape 2020. 3. 15.

Ray of the Air를 타인에게 추천하기엔 다소 미묘한 구석이 있다. 게이머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레이시리즈란 희소성만큼, 해당 작품의 게임과 음악을 이해해야한단 입문장벽이 존재한단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그 걸림돌을 극복해가면서 까지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해주냐면 확답을 내리기 어려운 음악적 한계도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난 그 음반의 모든 악곡을 즐겁게 감상했었고, 특히 마지막 트랙인 The place where the wind of life blows에서 묘사된, 서늘한 선율로 담아낸 풍경을 무척 좋아했었다.

 

 

Karma, 그리고 Ray Tracing은 Ray of the Air로부터 뻗어나간 발자취를 되짚는 과정에서 새로이 알게된 원반이다. 영세 아마추어 작곡가의, 하물며 동인음반이 디지털음원화 되어 있을린 없으니 가능한 선택지가 스루가야밖에 없었단건 서글픈일이다.

 

양쪽 모두 SHIKI 선생의 마이너체인지란 인상으로, 사용한 피아노음이나 킥사운드 등에서 BMS 초창기의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다. 세련됨은 부족하지만 아마추어의 작품이란걸 감안하면 그럭저럭 만족스럽게 감상가능한 정도는 갖췄으니 이지리스닝으로선 나쁘진 않은 수준. 베스트트랙은 따스한 수면 아래로 서서히 가라앉는것 같은 심상을 그려낸 Aquarium, 그리고 Ray of the Air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는 Absolute Cycloid (Resync)로 좁혀낼 수 있었다. 음겜유저라면 IIDX의 수록곡을 어레인지한 NEMESIS와 traces쪽에 흥미가 동할 순 있을것 같긴 하다. 개인적으론 사족이 과하게 붙었단 생각이 짙게 들었지만.

 

작곡가 본인의 홈페이지는 10년 전을 기점으로 갱신이 진즉에 멈췄고, 그나마 꾸준히 소식을 전하던 트위터도 활동이 멎은 상태다. 그가 2010년 이후로도 지속적인 음악활동을 해왔다면 보다 폭넓은 세계를 그려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가정론도 있지만,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은 일을 뇌내에서 펼쳐보는건 그 나름의 재미는 있을지언정, 별다른 도움은 되지 못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