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고라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으나, 신은 그 힘을 남용할 것을 우려하여 인류의 육체를 연약하게 했고, 사고의 결집을 이따금 흐트려 놓았다. 예술가가 존경받는 이유는, 바람불고 햇살 따듯하면 흐트러지기 쉬운 ‘생각’을 뚝심있게 표현해낸 존재이기 때문이다. callasoiled선생의 작품은 음악이란 형태로 정교하게 세워진 그의 세계란 생각을 강하게 받았고, 이 점은 타인에게 그의 음악을 쉽사리 권할 수 없었던 장벽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지나치게 헤비하지도 가볍지도 않으면서 그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사고표본(思考標本)」의 존재가 반갑게 느껴졌다.
해당 원반은 잠에서 깨어나 꿈에서 보았던 흐릿한 무언가에 초점을 맞추는 과정을 거쳐(影) 다시 사고가 일시정지(信号)하고 꿈(子守唄)이라 일컫는 잠재의식으로 잠겨가는(一) 일련의 과정을 그 만의 방식으로 풀어헤쳤단 인상이었다. (子守唄) 우리는 살아 숨쉬다가도 생각을 잠시 비운 채 쉬기도 하고 (空), 말로서 사고를 표현하고(言葉), 생각이 산산조각(分身)이 나기도 한다. 사고라함은 사람이 보편으로 취하는 행위이나 이를 주제로 다루기는 쉽지 않은데 칼라소일드 선생은 그 과제를 해낸 셈이다.
현 시점에선 동인음악 업계 표준이 된 DIVERSE SYSTEM의 컴필 원반에도 여러 악곡을 투고한 칼라소일드 선생이나, 그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었던 주제의식을 읽기 위해선 개인작품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본다. 친절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생각의 폭을 넓혀준 그의 음악에 감사하며 앞으로를 기대한다.
https://callasoiled.bandcamp.com/album/thought-speci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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