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이야기21 호화반점 10여년도 더 오래 전, 압구정로데오역 인근에( 당시에는 지하철이 개통되기 전 이었지만) 호화반점이라는 중식점이 있었다. 당시에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알려져 있던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다가 생각나면 먹는 중국요리집이란 인상이었는데, 나이가 차고 먹을 것을 많이 둘러보게 된 지금에서야 다시 식사를 해보니, 가격대비 꽤나 만족스럽고 수준급의 요리를 해주는 곳이란게 느껴지더라.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들과 나란히 하며 다른 안목이 생겨났다는게 체감된 하루여서, 꽤나 감회가 남달랐던 하루였다. 2024. 11. 14. 파스타 독립해서 생활한 이래로 요리를 종종 해먹는 편인데 그 중 가장 파스타를 제일 많이 만들었던 것 같다. 소스종류만으로 바리에이션을 선택하기도 쉽고, 갖고 있거나 간단하게 장봐온 식재료를 넣어서 풍미도 높일 수 있고, 무엇보다도 외식에 비해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으니까. 이따금 애인님이 집으로 찾아오거나 하면 충분 넉넉하게 재료를 넣어서 같이 먹는 것 만큼 행복한 식사도 없다. 요리는 좋아하지만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일상. 그럼에도 기운을 내서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그걸 섭취하는 만족감에 오늘도 뿌듯한 하루였다. 2024. 11. 13. pf1, str014 도착 seiji takahashi님과 voile님은 마이너 음악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작곡가로, 지난 번 M3 회장에서 반갑게 맞이해주시고 배려해주신 덕에 무척 감사한 분이기도 하다. 타카하시님은 차가운 풍경을 온정어린 시선으로, voile님은 도시의 풍경을 차분히 쌓아올리는 듯한 음악을 그려내는 분이란 인상이 있었고, 이번 음반 또한 기다림을 충분히 충족할만한 좋은 곡들로 가득하였다. 바다 건너 리스너에게 음악을 전해주신 두 아티스트분께, 그리고 같은 음악을 듣고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애인님께 무척 감사할 따름이다. https://voile.bandcamp.com/album/pf1 pf1, by Voile3 track albumvoile.bandcamp.com https://seiji-takahashi.. 2024. 11. 12. 가을. 가고, 기울어지는 계절에 대해. 가을이라는 말은 듣기만 해도 마음속으로 풍경이 그려지는 마법같은 단어라고 줄곧 생각해왔다. 하늘은 기울며 땅으로 잠겨들고 콘크리트 바닥에는 수북히 쌓인 나뭇잎이 더욱 붉게 빛나는, 그런 장면이 그려지는 멋진 단어. 가을은 왜 가을인걸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보았다. 한자로는 秋, 영어로는 Autumn 혹은 Fall로 줄곧 말하곤 하지만, 서른 번이 부쩍 넘는 횟수만큼 가을을 맞이하면서도, 그 유래에 대해선 그다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지금에서야 겨우 떠올린 생각은, 가고 기울어지기에 가을인걸까 하는, 조금은 엉뚱하면서도 쓸쓸한 상상이었다. 생각해보면 가을은, 풍성함이 지나간 자리에 쓸쓸함이 흩뿌려진 그런 계절이었으니까. 가을이라는 말에 유독 건조하면서도 부슥거리는 풍경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건,.. 2024. 11. 11. [일식] 자가제면 일본식 우동가게, 구리 키노야 우동 사실, 대부분 매장에서 판매하는 일본식 우동이란 음식에 큰 기대를 하지 않은 편이었다. 따뜻한 국물에 담겨진 두툼한 면을 후루룩 삼키며 포만감과 따뜻함을 어느정도 충족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는 쪽에 가까웠고. 어떻게보면 일본식 우동이라는 음식에 심적인 한계를 걸어두고 있었던 셈인데, 그 편견이 어느정도 무너진 데에는 일본 현지에서 먹었던 우동과, 대전의 우동 맛집으로 알려진 「토미야」의 덕이 컸다. 하지만 일본이든 대전이든 너무 먼곳에 있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던 찰나, 내가 사는 곳에서 그다지 멀지 않는 곳에 자가제면 우동집이 있다는 정보를 알게되었고 방문해보기로 하였다. 구리역에도 꽤나 가까운곳에 위치한 자가제면 일본식 우동가게 「우동 키노야 본점」이다. 우동 키노야경기 구리시 검배로 5ma.. 2024. 11. 10. 사라져가는 것을 마음에 새기는 산책 제목을 타이핑 하고 나서야 세상 모든것은 사라져가고 있었구나 라는 진실이 낡은 서랍장에서 새어나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잿빛으로 물든 진실을 주섬주섬 주워담으며, 내 곁에서 사라져간 풍경들을 떠올려 본다. 학교를 마치고 터덜터덜 걷던 구불구불한 골목길, 낡은 놀이터 구석에서 피어난 빨간 뱀딸기, 떡꼬치를 팔던 분식집과 그 앞에 쪼그려 게임을 했던 어린시절... 존재했던 흔적마저 사라지고 나서야 마음속에서 영원히 보존된단 모순은 쓴 맛이 났고, 세월은 심지에 붙은 불처럼 유한한 것들을 태워갈 뿐이란 상념에, 야속함을 느꼈다.약속장소였던 을지로3가는 유독 사라져 가는 것과 대면할 일이 많았다. 을지로3가역에서 계단을 걷고 올라왔을 때 가장 먼저 보였던 것은, 회색으로 물든 흐린 하늘과, 내 키보다도 높은 가.. 2024. 11. 9. 이전 1 2 3 4 다음